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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위하지 않는 대중가수 서태지. 배부른 자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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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대통령이라 불리우는 서태지의 8집앨범 Atomos 가 발매되었습니다.
Atomos 가 무슨뜻인가 하고 찾아보았더니 Atom(원자)의 어원이 되는 그리스어로 "나누어 질수없다-Can not be divided" 는 뜻을 가지고 있더군요.
앨범의 제목은 누가 만들어 내는 것인지 이런 단어는 어찌 알게 되었을까요?
Atomos 는 첫 싱글부터 사용한 "주제어" 로 Moai(모아이) 에서 들려주었던 태초의 소리라는 주제와 맞물려 생각을 해보니 앨범 제목으로 매우 좋은 선택인듯 합니다.
맑고 영롱한 물방울 소리가 인상적인 Moai 를 들으면서 내심 무척 기쁜 마음이었습니다.
대중을 따돌리던 그가 다시 대중성을 담은 음악을 들고 돌아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역시 서태지 답게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가요가 아닌 무엇인가 완전히 색다르고 새로운...
Moai 를 들어보셨나요? 혹시 이어폰으로 혹은 소심한 볼륨으로 들어보셨다면 제대로 된 스피커로 볼륨 빵빵하게 키워놓고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말 그대로 환상적입니다. 대중성은 만족도에 미치지 못하지만 "음악" 의 관점에서 볼때 음악적 소견이 깊지 않은 저에게도 그야 말로 대단한 "음악" 입니다.
Moai 에 대한 나의 느낌은 이렇게 표현하면 적당할것 같네요.
" 아주 아주 쉽고 편하게 다가오는 클래식같은 대중가요 "

 
 
 



지만, Atomos 의 타이틀곡 "아침의 눈"을 들으며 그가 대중으로 회귀했다는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서태지는 서태지와 아이들 1집 부터 단 한번도 대중을 위한 음악을 만든적이 없었다고 난 단언합니다.
대중을 위한 음악이라는 표현이 좀 애매합니다만, 대중이 즐겨듣고 따라부르고 선호하는 음악을 만들기 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 놓고 나서 대중이 그 뒤를 따라와주기를 바랬지요.
그의 데뷔곡이자 시대의 히트곡인 "난 알아요" 를 떠올려봅니다.
당시 신인들을 평가하던 MBC의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당대를 풍미하던 하광훈,전영록외 몇사람으로 이뤄진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서태지는 부정적인 의견과 함께 평점 7점대의 낮은 점수를 받습니다.
대중의 취향을 누구보다 잘 알던 당시 최고 히트곡메이커 하광훈, 전영록을 포함한 심사위원단 조차도 따라갈수 없을만큼 "난 알아요" 는 대중을 앞서가는 음악이었습니다.
결국 대중은 열광하며 "난 알아요" 를 따라 불렀고 "환상속의 그대" 를 외쳤습니다.
그는 순식간에 한국 대중음악과 대중을 선도!하는 뮤지션이 됩니다.
이후 난 알아요를 뒤따르는 수많은 랩을 가미한 댄스곡들이 우리네 가요계를 가득 채우게 되었죠.
하지만 기대와 달리 그의 선도자로서의 역할은 1집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이후 들고 나온 2집은 서태지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누구도 흉내낼수 없는 것들 이었습니다.
"하여가", "우리들만의 추억", "죽음의 늪", "너에게", "수시아", "마지막 축제" 가 들어있는 서태지와 아이들 2집 앨범은 서태지이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지 다른 가수가 불렀다면 그저 좋은 앨범에 그쳤을 앨범입니다.
그러나 이미 서태지에 열광한 대중, 그의 휴식기에 그를 애타게 기다리던 대중은 기대했던것과 다른 음악을 들고 나온것에 대한 어색함을 쉽게 접어버리고 열광합니다.
서태지의 음악이기에 열광합니다. 실상 서태지의 음악에 열광한다기 보다 서태지에 열광합니다.
3집을 떠올려보면 이는 명확해집니다.
3집의 곡들은 절대로 서태지이기 때문에 방송을 탈수 있는 곡들입니다.
그냥 서태지이기 때문도 아니고 이미 열광하는 팬들을 확보한 최고 인기가수 "서태지와 아이들" 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누군가가 교실이데아를 발표했다고 상상해봅시다.
아마도 대중은 그 생경함과 과격함에 "이건 뭐야? 메탈이야?" 로 끝이었을거라고 난 단언할 수 있습니다.


시당초 누군가에게 맞춰갈 생각이 없었던 서태지.
대중성에 연연하지 않는 음악에 맞추어 안무를 짜내고 춤을 춰야 했던 댄서출신 조력자들 이주노와 양현석.
그들의 해체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고 있었고, 너무도 당연했습니다. 다만 때가 언제냐였을뿐...
그후 Take5 로 돌아온 서태지의 솔로앨범은 완전한 "본색(?)" 을 들어내고 있습니다.
"듣기 싫으면 듣지 말아라. 들어달라고 만든 노래 아니다. 난 내가 하고 싶은것을 할 뿐이다."
더 이상 그는 이제 정말 대중음악 가수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아니었지만 말이죠.
서태지와 아이들의 성공으로 축적한 부는 그의 이기적인(?) 음악관을 펼칠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 되었고 서태지는 이제 더 이상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끌기 위해 어떤 코드를 사용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간혹 "울트라매니아" , "Live Wire","Human Dream" 들과 같은 노래로 저와 같은 "매니아까지는 아닌 팬"들을 그에게서 떠나지 못하게 잡아주기도 하였지만 그는 어느덧 "매니아" 들만의 뮤지션이 되어 버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정규앨범과 싱글앨범의 제작 및 판매 방식에서도 다른 가수들과 차별화 하고 있습니다.
싱글앨범의 가격을 다른 가수의 정규앨범에 맞먹는 가격으로 판매하고, 정규앨범에는 두장의 싱글을 모두 포함시키고 신곡 2곡만을 추가한채 발매를 해버렸습니다.
싱글앨범을 구입한 사람은 단 2곡을 더 듣기 위해 정규앨범을 구입해야 하는 결과를 강요당합니다.
( 물론, 싱글에 수록된 곡들이 재작업을 통해 변화된 모습으로 정규앨범에 실렸는지는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런 점은 그닥 관심이 없습니다. 나는 사실 같은 가수에 의해 노래가 리믹싱 혹은 재편곡 되는 것을 달가워 하지 않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정규앨범만 구입하면 싱글이 없어도 아쉽지 않다는 장점도 있습니다만 실로 "장사대통령" 이라고 기사에 실려도 할말이 없는 지경입니다.
설마 "대장"이 졸병들을 상대로 장사속을 차릴리야 만무하겠지만 말입니다.


럼에도 그의 앨범은 팔려나갑니다.
다른 가수의 정규앨범에 가까운 가격으로 내놓은 싱글 'Atomos part Moai' 는 순식간에 10만장을 넘겨 14만여장이 팔렸다고 합니다.
두번째 싱글 'Atomos part secret'와 합치면 이미 20만장을 돌파했고 8집 정규앨범의 판매결과에 따라달라지겠지만 30만장 이상의 판매는 충분할것입니다.
방송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가수의 싱글 앨범이 2008년 연간 음반판매량 3위(정확한지 모름) 를 할 만큼 그의 파워는 여전히 대단합니다.
그의 활동을 모든 미디어에서 기사화 합니다. 그는 이미 수차례 9시 뉴스를 장식했고, 그를 위해 MBC는 늘 특집을 편성할만큼 그는 대중의 관심의 대상입니다.
그는 행복합니다. 적어도 외형적으로 보이는 연예인 서태지는 배가 부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것만 해도 열광하고 지지하는 팬들이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떵떵거리며 살수 있는 재산도 있고, 이미 대한민국의 음악사뿐 아니라 역사에 절대 지워지지 않을만큼 진하게 자신의 이름을 새겨두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의 그런 생활이, 훌륭한 코스정식을 즐긴후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커피향을 즐기는 듯한 그의 배부른 모습이 불만스럽습니다.
그에게 더 많은 것, 혹은 조금 다른것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난 그가 조금더 대중에게로 가까이 와주길 희망합니다. 이 기대와 바램은 비단 나 혼자만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겁니다.
그의 매니아들은 그가 무엇을 하든 그대로 존중하고, 그가 이끄는대로 무작정 따라가겠지만 대중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모아이와 휴먼드림으로 방송활동을 하던만큼에서 조금만 대중매체에 더 얼굴을 비추어주고
이번 8집 앨범보다 조금만 더 대중에게 열린 음악을 만들어주기를...
그래서 17년전 내가 그에게 열광했듯 다시 그에게 열광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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