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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경제

빨리 죽어야 하는데 저승사자가 데려가질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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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이었습니다.
오후 7시경 서울 오류역 근처의 골목길에서 쓰러져 있는 할아버지를 마주했습니다.
평소 길에 사람이 누워있으면 지나쳐 가면서 112에 전화를 하곤 합니다.
여기 어딘데 사람이 길에 누워있습니다

하고 전화를 하면 경찰이 달려와서 조치를 취하거든요.
보통의 경우 집에 모셔다 드리겠죠.

그런데 이번엔 멈추어 서게 되었습니다.
할아버님의 연세가 제 아버지와 그리 차이가 나보이지 않으시더군요.
더구나 쓰러져계신 할아버지의 옆에는 지팡이도 놓여져 있었습니다.

보통 이런경우는 약주를 과하게 하시고 주무시는 경우죠.

우선 가던길을 멈춰 돌아서서 112에 전화를 합니다.
주변을 둘어보고 경찰이 찾아올만한 건물을 찾아 알려주고 할아버지 곁으로 갔습니다.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말을 건넸는데, 바로 할아버지께서 대꾸를 하십니다.
대화를 조금 해보니 평소 그다지 건강하지 못하신데, 말씀으로는 소주를 두잔 하셨답니다.
그리고 좀 쉬어가시려고 길가에 기대어 앉으셨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없으시다네요.
대화를 해보니 쓰러져 계신것이 약주때문만은 아닐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으켜드릴까 하고 누워계신게 편하신지 여쭈었더니 편하시답니다.
그래서 길바닥에 누워계신 할아버지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ㅡㅡ;


   빨리 죽어야 하는데 저승사자가 데려가질 않아.   

할아버지의 말씀입니다.
조금 더 사시면 조금더 좋은 세상 보실거예요 하고 말씀드렸습니다만... 할아버지는 이 징그러운 세상에 미련이 없다는 말씀을 하시네요.
그러면서 시국 이야기를 하십니다.
노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는 이야기, 현정부에 대한 비난 같은...

할아버지의 차람새로 보아서 그리 부유하신 형편은 아니신것 같습니다.
부유하게 사시는 분이라면 빨리 죽어야 겠다는 말씀을 하실 가능성은 줄어들겠죠.

할아버지와 대화를 하면서...
이 나라가 어르신들이, 부유하지 못한 어르신들이 살기 힘든 나라라는 생각을 다시 해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께 풍족한 용돈을 드리지 못하는 제 자신을 잠시 책망했지요. ㅜ.ㅜ

결국 약 10분만에 경찰이 도착했고 전 가던길을 계속 갈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번을 뒤돌아보게 되더군요.
역시 아버지 생각이 나서 그랬던것 같습니다.


 


   몇가지 생각  

길을 가면서 몇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1. 내 아버지
제 아버지는 아직 건강하십니다.
38년생. 우리 나이로 72세이시지만 아직 정정하시죠.
물론 완전히 건강하신건 아니지만... ㅜ.ㅜ

제 아버지는 밖에서 "빨리 죽어야하는데..." 같은 말씀을 하시지는 않으시는지...
이 못난 자식이 제대로 모시지 못해서 세상 한탄을 하시며 소주잔을 기울이시지는 않으시는지...
늘... 효도해야 하는데 하고 마음만 먹고 사는 이 불효자식이 정말 효도할때까지 건강하게 계셔 주실런지...

시간은 불효자를 기다려주지 않음을 이미 알만큼 컸음에도 자꾸만 미루고 있는 제 자신을 욕해봅니다.


출처 : http://cafe.daum.net/jangsamohome



2. 지나친 사람들
제가 저 할아버지 앞을 지나기전까지 몇사람이나 그 앞을 지나쳤을까요? 
번화한 길은 아니지만 그리 인적이 없는 곳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던 10여분 동안 약 20 여명이 지나가더군요. 
얼마나 누워계셨는지는 알수가 없습니다만 저보다 먼저 지나친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왜 그냥 지나쳐 갔을까요?
귀찮아서?
아니면 경찰에 전화하면 된다는 걸 몰라서?

제가 오지랖이 넒은걸까요?
하긴... 집사람이 그럽디다.  오지랖 넒다고... ㅡㅡ;

할아버지께서 만약 위중한 상황이었다면 어찌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나치며 그저 112에 전화한통하면 어쩌면 죽을 사람을 살릴수도 있는데...


3. 10분
제가 112에 전화하고 꼭 10분만에 경찰이 도착했습니다.
이전의 경험을 비추어보면 보통 5분에서 10분 사이에 경찰이 도착하는것 같습니다. 
10분은 짧다면 짧지만  사실 제법 긴 시간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위급한 상황이었다면... 10분은 사람의 목숨이 오락가락할 긴 시간이죠. 

선진국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좀 더 빠르지 않을까요?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에 비해 경찰인원수가 적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더구나 그리 많지도 않은 경찰이 촛불시위나 쫓아다니고 있으니 민생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의 수는 더 부족하겠지요. 

늘... 왜 우리나라는
☆ 경찰공무원과 소방공무원의 숫자를 늘리는 것
☆ 그들의 대우를 좋게 해주는 것

이 두가지에 인색한지 궁금해 합니다. 

저는 골목하나 돌아서면 마주칠만큼 경찰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촛불 잡으러 다니는 경찰 말구요. 
그리고 과로로 쓰러지는 소방공무원이 없어지길 희망합니다. 

..... 이야기가 옆으로 새어버렸군요. 



암튼...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경험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경우 어찌 하시나요?  ^^


*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이미지를 만들어낼 재주가 없는 관계로
* 인터넷상에서 무단으로 마구 퍼왔음을 알려드립니다.
* 저작권자께서 문제를 삼으시면 당장 내리고 사과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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