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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믿었던 후배에게 빌려준 돈 2천만원을 떼어먹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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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제가 결혼하기 전의 일입니다.
동네 후배가 피씨방을 하겠다고 돈을 빌려달라고 하더군요.
녀석은 기저귀 찰때부터 알고 지낸 매우 아끼는 녀석이었습니다.
당시 디아블로등의 게임에서 국내 상위 몇명에 끼는 녀석이었고 피씨방 알바도 제법 오래 했던 녀석인데 집안 형편은 어려웠죠.
빌려달라는 액수는 2천만원 이었습니다.
저에게도 큰 액수였죠.

우선 부모님께 상의를 했습니다만 만류하시더군요.
하지만, 돈을 잃어버리더라도 꼭 챙겨주고 싶은 녀석이어서 부모님 몰래 빌려줬습니다.
모아 놓은 돈을 빌려준것도 아닙니다.
마이너스 통장을 확 긁어서 빌려주었죠.
물론 정상적인 일은 아닙니다.
빚을 내서 빌려주었으니 "미쳤다" 는 말을 들어도 할말이 없죠.
하지만 그만큼 아끼는 녀석이었습니다.

그렇게 오픈한 피씨방은 1년쯤후에 망했습니다. ㅡ.ㅡ
망한 과정도 상세하게 다 압니다.
경기도 그렇고, 주변에 경쟁피씨방이 생긴탓도 있지만, 녀석 잘못이 컸죠.

전 돈을 내어 놓으란 말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녀석 먹고 사는게 걱정이 되었지요.
그래서 기운내라고 술사주고 등 두들겨주고...
또, 지인을 통해 녀석을 취직시켜 주었습니다.

하지만, 녀석은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다른 직원과 싸우고 뛰쳐 나가 버리더군요.
그러고는 한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그 직장 사람들 대다수가 저에게 그 녀석의 흉을 보더군요. 쩝.
결국 제가 사람을 잘못 소개해서 욕을 먹은 셈이지요.

전 그 녀석이 조만간 연락을 해오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렇게 끝낼 인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녀석에게서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또 몇개월이 지나고 길에서 녀석을 마주쳤습니다.





녀석은 3살 난 딸 아이의 손을 잡고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죽도록 패주고 싶었지만 아이 앞에서 흉한 꼴을 보일수 없어서 " 연락해라. 한번 보자 " 라는 말만 남기고 녀석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역시 녀석에게서 연락은 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전 바보같이 2천만원을 버렸습니다.
물론 지금의 저에게도 무척이나 큰 돈입니다.
독하게 마음 먹고 소송걸고 어쩌고 해서 10원이라도 받아낼까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해보지만 그 때마다 제 딸과 동갑인 녀석의 딸 아이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아직 전 그리 독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지금도 돈 2천을 날린것보다 사람을 잃은 것이 더 가슴 아픕니다.
전 정말 바보인가 봅니다.
간혹 엉뚱한 상상을 합니다.
혹 로또라도 당첨되어서 저에게 수십억이 생기면 녀석에게 몇억쯤 떼어주고 싶다는... 이런 바보같은...

지금이라도 녀석이 미안하다고 전화한통 해주면...
그럼 돈 따위는 다 잊고 술 한잔 나누며 어린 시절 이야기나 나누고 싶습니다.

돈은 잃어도 사람은 지키고 싶었던 전
돈도 사람도 다 잃은 바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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